만일 어떤 사람이 여러분에게 “당신이 믿는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요?”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많은 분이 “하느님은 진짜 좋은 분이에요!”라고 간단히 말씀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마음속으로는 많은 표현이 있는데, 이것을 설명하자니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참으로 난감했던 경험들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시대의 변화와 요청에 발맞추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교회의 문을 활짝 열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여러 문헌 중에서 하느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아주 아름다운 표현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되신 말씀, 곧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도록 하셨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시듯이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인간과 사귀시며,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인간을 부르시고 받아들이신다”(계시헌장 2항).
하느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막연한 느낌만 있을 때, 이 말씀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 말씀은 읽기만 해도 우리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지며 벅찬 감동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특히 두 번째 문장은 더 큰 놀라움으로 다가옵니다. 결코 어렵고 무서우며, 부담스럽고 권위주의적인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넘치는 사랑으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다가오고, 말씀을 건네시며, 우리를 소중히 여기시는 분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고, 믿는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러한 하느님께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청하고 끝내는 기도가 아니라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친구를 대하듯 다정히 말씀을 건네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감사와 청원을 꾸준히 드리는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기도하는 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성모 마리아입니다. 그분은 기도의 모델이고, 청원하는 이의 모델입니다. 당신 아드님에 대한 신뢰와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했던 성모님은 낙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청하고 기도하셨기에, 카나 혼인 잔치에서 ‘예수님의 시간과 기적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말씀을 통해 친구처럼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말씀을 건네시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감사와 청원을 드림으로써, 우리도 성모님의 모범을 본받아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합시다!
글ㅣ김일권 요한 사도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