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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간의 코로나 피정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10-14 09:10:34 조회수 : 458

얼마 전, 코로나바이러스에 몸을 점령당했습니다. 지난 2년 반의 코로나 시국 동안 용케 잘 피해왔는데, 역시나 저도 별수 없었습니다. 확진되고 나서는 열이 나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등 꽤 혹독한 코로나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혼자 사는 저로서는 갑작스레 찾아온 이 병이 당황스럽기도, 또 고통스럽기도 했지요. 하지만, 선하신 하느님께서는 일주일의 격리 기간 동안 저에게 과분할 정도로 좋은 몫을 주셨습니다. 그때 하느님께 받은 것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회상해 봅니다.

 

첫째, 제 몸을 잘 돌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가 저의 일상을 강제로 멈추게 해준 덕에, 무척 바쁘게 달려오던 제가 휴식을 취하며 주님께서 주신 저의 몸을 더 세심히 보살피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몸이 아프고 보니, 평소에 제가 누려온 건강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둘째, 다른 사람들이 겪은 아픔에 조금이나마 동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보다 더 심한 증상과 어려움을 겪은 분들도 계시기에 그 모두의 마음을 감히 다 헤아린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유행병이 몸에 어떤 영향과 아픔을 주는지를 직접 체험하면서 같은 병으로 고통을 겪는 세상의 모든 형제자매를 위해 더욱 마음 다해 기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셋째, 평소보다 더 깊은 영적 기쁨을 누렸습니다. 일단 기도에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열이 났기에 평소보다 두뇌 회전이 빠르게 되지 않았고 정신이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분심이 잘 찾아오지 않고 기도에 더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이 멈추니 기도할 시간도 충분했지요. ,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영적 독서도 마음껏 했고, 성인들의 생애를 담은 영화도 보았고, 유튜브에 있는 다양한 신부님의 강의도 들었습니다. 사실상 피정을 한 셈입니다.

 

이렇게 이번 코로나 격리 기간 동안 저는 하느님 안에서 과분한 호사를 누렸습니다. 많이 아프기도 했고 지금까지 후유증도 남아 있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이번 투병 기간이 아주 감사한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제가 죽을 만큼 아프지는 않았기에 이런 배부른 소리를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에게 온 작은 역경 속에서 주님의 행복과 기쁨을 발견할 수 있었음에 참 감사합니다.

 

격리가 해제된 날,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에 일주일 만의 외출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쐬며 묵주기도를 바치는데 온몸이 감사함으로 차올라 하느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일주일의 격리 기간, 그리고 저의 모든 삶에 늘 함께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역경 속에도 늘 저를 위한 더 큰 행복을 마련해두시는 당신을 찬미합니다.”


글ㅣ추준호 예레미야(가톨릭 생활성가 찬양크루 열일곱이다’ 보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