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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9-23 10:51:45 조회수 : 546

얼마 전 뉴스에서 희귀병과 경제적 어려움 즉 생활고로 스스로 삶을 마감한 안타까운 세 모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묘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 현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의 신고된 재산내역도 들었는데, 국무위원은 평균 약 43억이었고 많게는 292억을 신고한 고위직도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돈이 없어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데, 다른 한쪽은 그런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재산이 많은 것을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살짝 걱정됩니다. 비단 고위직 사람뿐만 아니라 부자가 가진 것에 걸맞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돕고 있을까. 그렇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재산이라면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함은 어디로 향할까.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부자는 자신이 가진 재산에 걸맞지 않게 선행과 자선을 실천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좋은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던 부자는, 그가 늘 드나들던 대문에 누워 종기투성이 몸으로 식탁에서 떨어지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를 바라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라자로를 무시했습니다. 그가 라자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도 알았지만 부자의 관심은 자신만을 위한 호화로운 생활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가 죽은 다음 이루어진 사심판의 지옥에서 살아생전 라자로에게 음식 부스러기조차 주지 않은 것에 걸맞게 불 속에서 혀끝을 식힐 물방울 하나조차 얻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서 악했던 인색함을 봅니다. 이런 부자의 모습을 우리는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러한 호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우리의 모습도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에 나오는 청원인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에서 말하는 요청은 실제로 양식이 없어 굶주리고 있는 이들의 필요를 채워주라는 주님의 요청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도우신다라는 뜻을 가진 라자로의 이름대로 우리는 라자로와 같이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럴 때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대로 라자로라는 이름이 예수님에 의해 거명되는 것처럼 우리의 이름도 그리 불릴 것입니다. 반면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렸을 악한 부자처럼 산다면 예수님에게서 그 이름이 불리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 앞에서 우리의 이름이 잊힐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악한 부자들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우리는 두려워해야 합니다. 이 세상 좋은 것만을 누리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님을 복음은 말합니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맞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지 않는다면 그것은 악으로 단죄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라자로를 돕는 부자가 됩시다. 우리가 가진 것을 우리 주변의 라자로를 위해 적절히 사용합시다. 회개하지 않고 여전히 호화롭게 살며 라자로를 무시했던 부자로 살아가려 한다면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바닥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반전이 있다는 것을.


글ㅣ강버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요당리 성지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