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크리스마스 때였습니다. 대부를 서 준 친구가 성가 대원들과 성탄 시기 성가 연습을 하는 걸 한쪽에서 구경하는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노래가 들렸습니다. 끝부분이 영어 발음하고는 다른 이탈리어 같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가톨릭 성가 101번「글로리아 높으신 이의 탄생」이었습니다. ‘글로~~오~~오~~리아 인 엑스 첼 시스 데~오’ 그 노래 때문이었는지 그날은 평생 잊히지 않고 기억됩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팝송이며 온갖 장르의 음악을 참 좋아했습니다. 바로 위 형님이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자주 접한 정서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대부였던 친구는 얼마 안 되는 돈을 빌려 행방불명 돼버렸고, 저도 그때부터 성당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성당에 몇 년 다니다 말고 냉담을 오래 하게 된거죠. 그때 그렇게 주님의 손을 스스로 놓아버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주님께서는 쭉 저를 붙잡고 계셨음을 압니다. 바로 무종교인 저희 집안에서 천주교 신자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누나, 형님 그리고 지금은 조카들까지 줄줄이 세례를 받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아버님께서도 ‘요셉’이라는 세례명을 받고 돌아가셨습니다. 또 무엇보다 제 집사람이 세례를 받았을 때 주님께서 제 손을 놓지 않고 계심을 알았습니다. 저희는 같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했는데 저도 그때부터 냉담을 끝내고 다시 성당에 다녔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지간한 부부들이 똑같이 살 듯 저희도 정말이지 부부로서 맞는 건 단 한 가지가 없을 정도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라는 노래처럼 힘겨운 관계로 살았으나, 지금은 모든 걸 그러려니 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바로 신앙의 힘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신앙의 본질인 것 같고, 그것을 제대로 믿는 마음과 행동이 신앙다운 신앙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하느님을 제대로 믿고 있는 건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살아오는 동안 부족한 제게 이리도 큰 은총을 내려주셨으나 그저 주일 미사에 한 번 참석하는 거로 끝나는 건 아닌지, 또한 신앙이 없는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봅니다. 예전엔 그래도 레지오 활동이나 차량 봉사 등 작은 봉사를 했었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무엇을 한다는 게 무리라 주일 미사에만 참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주님의 은총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찌 살든 이래도 감사 저래도 감사뿐! 하느님께도 감사, 성모님께도 감사, 이 글을 쓰게 해주신 수원교구 홍보국에도 감사, 제 집사람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몰랐더라면 하루하루가 더욱 힘들었을 건데 다행히 그 귀한 진리를 알았으니 이제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 아닐까 합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 라고 하신 말씀을 묵상해보는 날입니다.
글ㅣ윤정열 스테파노(『내 마음속엔 아름다운 나타샤가 있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