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씀의 중심소재는 ‘초대’입니다. 초대와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나 떠올리자면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많은 분이 잘 알고 계시듯 여우가 자기 집에 두루미를 초대했을 때 둥근 접시에 수프를 담아 내어놓아 두루미가 음식을 먹을 수 없었지요. 이에 화가 난 두루미 역시 다음번 자기 집 초대 때 입구가 좁은 호리병에 물고기를 담아 여우 또한 음식을 못 먹고 골탕먹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손님을 초대하고 대접할 때 당연히 상대방을 고려하여 행동하는 것이 매너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위시한 모임이나 초대는 함께한 이를 불편하게 만들고, 이로 인한 관계는 서먹해지거나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복음 속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초대 역시 이와 같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초대받은 이들에게도, 또 초대한 이에게도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려 주십니다. 바로 ‘누구를 위한 초대인가?’, ‘무엇을 위한 초대인가?’라는 점입니다. 잔치에 초대받은 이가 그 잔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이가 누구인지를 잊게 되면 그 자리를 망치는 민폐 하객이 되는 법이지요. 다른 이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이 홀로 독차지하려는 것은 결핍된 자존감과 어긋난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초대하는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자신과 친한 사람,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주로 만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만남과 관계가 자신의 경직되고 고착된 부분을 강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용기 있게 마주하고 또 새로운 빛이 조명되어야 할 감추어진 내 모습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공동체의 모임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위와 같은 복음적 초대에 귀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누구를 중심으로 모임 자리가 이루어지고 유지되는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귀결되는지 깨어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느님 나라 잔치를 닮은 초대는 그 모임의 사람들에게 생명과 희망, 사랑과 존중의 열매를 가져옴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이 같은 초대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입니다.
글ㅣ박유현 빈첸시오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