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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만큼 안다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8-25 17:39:28 조회수 : 667

널리 알려진 한 작가의 책 속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아주 유명한 문장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앎의 깊이가 더해지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훨씬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자신의 삶이 윤택하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뜻이려니 싶습니다. 저 역시 소박하나마 에 대한 목마름을 늘 품고, 무엇이든 깊이를 더해 채우려는 욕심이 있는지라 이 문장을 여전히 새겨두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짓궂은 생각이 들어 이 문장의 앞과 뒤를 한번 뒤집어 봤습니다.

 

보이는 만큼 안다

이렇게 쓰고 읽어보니 엉뚱하게도 원래의 깊은 뜻과 그리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마저 슬쩍 듭니다. 단지 눈요깃거리로 무언가를 바라보지 않거나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적 시선으로 누군가를 인식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보는것 역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말입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 그 자체로 존엄합니다. 이에 존중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자신과 마주하는 그 어느 무엇이든 함부로 여길 일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본다는 것은 단지 눈으로만 보는 것만은 아니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성찰과 사유의 시선을 말하는 것이라 여겨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누군가를 그리고 무언가를 깊이 바라본다는 것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만들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의 문을 여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근래 들어 제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그렇게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그 사람들은 거의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인종과 국적이 다르거나 여러 형태의 어려움에 부딪힌 사람들입니다. 또는 국가폭력이나 사회적 재난으로 인해 심리적 피해를 본 사람들, 거리를 떠돌며 어둠의 그림자에 묻힌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과 만나 시작과 끝을 이루는 내내 하는 일은 소소한 대화들입니다. 얼굴 표정과 온몸이 빚어내는 몸짓에 오롯이 시선을 몰입하는 시간이면서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존재성과 깊이 닿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한 사람을 깊이 바라보는 순간은 한 사람이라는 우주와 깊이 교감하는 순간이 됩니다. 보이는 만큼 그 한 사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진ㅣ임종진 스테파노(사진치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