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저는 몇 가지 일들에 직면하면서 “주님 당신은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라고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 여쭙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선배 수녀님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주 분명한 것은,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계획은 그때그때 하게 되지요. 하느님께서 아주 오래전부터 수녀님을 위해 계획하신 일이라면 그것을 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이 말씀으로 저는 눈에 드러난 길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주님께서 마련하신 어떤 길을 더 구체적으로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제 삶의 중요한 시기마다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담대함이 따르는 결정을 해야 할 때, 식별 후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 저에게 ‘그래도 계속 가라’라고, ‘주님의 계획이었어’라고, ‘네가 바로 주님이 머무실 구유야’라고 이야기 해주는 벗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누군가에게 이런 벗이 되고 싶습니다. 이것은 마치 성모님이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신 후 서둘러 엘리사벳에게로 달려가셨을 때, 엘리사벳이 성모님께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라고 외친 것과 같이 다가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종교나 국경을 넘어, 우리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형제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운명의 주역임을 자각할 수 있도록 관계해야 함을 우리 모두에게 요청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직접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통해서 나와 관계하시고, 나에게 말씀하십니다. 사실 우리 삶의 매 순간순간이 이 계획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 순간순간마다 의식한다면, 너와 나의 모든 일을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노래처럼 서로를 하느님 구원 계획 안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그분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
글ㅣ조경자 마리 가르멜 수녀(노틀담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