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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들 오쇼잉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8-12 09:34:33 조회수 : 454

한 시골장터의 낡은 선지해장국집.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이 열린 문틈을 뚫고 비집어 들어옵니다. 오라는 손님은 여즉 그림자도 안보이는데, 늙은 주인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성스레 고기육수의 간을 봅니다. 점심때도 되었고 슬슬 뱃속 허한 이들이 요란하게 문 열고 들어오면 좋으련만 어째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혹시 주인할머니가 꾸벅꾸벅 졸기라도 할까봐 괜스레 조바심이 생기기까지 합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한 무리의 손님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아따! 그동안 밸 일 없었능게라?”

하이고오! 뭔 입을 글케 쫙쫙 벌리고 그런댜아! 어여 해장국이랑 막걸리 한 사발 내놔보쇼잉.”

 

오호라. 이게 웬일인가요. 마실 나온 이 동네 저 동네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햇살을 밀어내가며 들어오고는 농부터 치십니다. 하품하시느라 벌려놓은 입을 금세 다문 주인할머니는 그 농짓에 화답을 하며 배시시 웃고 맙니다.

 

, 밸 일 있겄써이. 여즉헝게 이라지라. 어서들 오쇼잉!”

 

이제부터 분주해진 주인할머니의 손놀림이 해장국집을 휘젓기 시작합니다. 챙겨놓은 김치랑 깎두기 밑반찬에 두어가지 나물도 올려놓고 남도땅 그 맛좋다는 쌀 막걸리 몇 사발이 밥상 위로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끓기만 하던 솥단지 속 육수국물은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리는데 보기만 해도 입맛이 쩍쩍 돌기만 합니다.

 

! 한 바라씩들 쭉 허장게!”

 

어느새 시골장터의 낡은 해장국집 안이 시끌벅적 웃음소리로 가득 찹니다.


 ·사진ㅣ임종진 스테파노(사진 치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