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의 2015년도 『찬미받으소서』 회칙은 역사상 처음으로 환경문제를 주제로 삼으며 국제 사회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그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를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흔히 많은 분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육식의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극심한 폭염과 가뭄의 원인에 육식 산업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백한 연구 자료가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도 드문 상황입니다.
지구상의 거대한 축산업은 필연적으로 산림 파괴, 탄소/물 발자국 증가, 생물 종 다양성 훼손, 토지 오염 등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전 세계 교통수단 배기가스의 양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전 세계 물의 30%와 아마존 산림의 91%는 축산업 때문에 사용되고 파괴되었습니다. 그러면 축산업만이 문제일까요? 무분별한 수산업은 생명의 보고인 바다마저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은 연쇄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망 속에 있습니다.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습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제 내가 온 땅 위에서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이 너희의 양식이 될 것이다.”(창세 1,29)라고 쓰여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기후 위기와 환경문제를 고려할 때, 자연의 소유주로서의 인간 개념에 대해 재고해 보아야 합니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는’ 존재가 아닌, 다른 종들과 평등하게 한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서로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의 죄악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손상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며 생태 평화적 관점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것이 바로 현재의 비거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자연을 무책임하게 사용하고 학대했기에 자연은 다시 우리에게 대응합니다. 자연재해와 치명적인 바이러스 등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이 초래한 일이라는 것을 일깨우듯이 말이지요. 하느님은 생명을 깊은 경외와 존경과 보살핌으로 대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우리에게 더이상의 기회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이 차별 없고 동등한 존재로서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가기를 바라봅니다.
글ㅣ이원정 아가토니카(바로 VARO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