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오늘날 각종 도전과 위기에 직면한 가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자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첫 번째 주제로 ‘가정’을 선택하는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십니다.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한 복음화의 첫 단계이며 핵심 열쇠가 바로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사회의 가정 기본이 되는 ‘작은 교회’인 가정이 성화되지 못한다면, 교회도 자연스럽게 존재 자체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과 교회는 각자도생이 아닌 동심 협력을 지향하는 관계입니다. 즉 가정은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여 복음 선포의 주춧돌 역할을 수행하도록 이끌어 주는 ‘작은 교회’이며 ‘교회의 길’입니다.
2016년 4월 8일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 『사랑의 기쁨』은 2014년과 2015년에 ‘복음화의 맥락에서 본 가정에 관한 사목적 도전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결과를 골자로 교황님이 가정 사목의 과제와 방향을 제시한 후속 문헌입니다. 교회가 두 차례에 걸쳐 개최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주제로 온전히 가정과 관련된 문제를 성찰하고 방향을 모색하려 했다는 것은 가정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관심이 높다는 사실의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20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삼종기도 자리에서 『사랑의 기쁨』 반포 5주년을 맞아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를 선포했습니다.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는 가정의 사랑에 관한 교황 권고 반포 5주년인 2021년 3월 19일부터 제10차 로마 세계가정대회가 열리는 2022년 6월 26일까지 특별히 이 권고를 깊이 성찰하고 숙고할 기회를 열어 권고가 지닌 풍요로움을 확실히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가족 사랑을 성찰하고 이를 기회로 가정을 성화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덧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의 마무리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가정에 관한 복음은 혼인과 가정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하고 친교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은총을 그리스도께서 선사한다는 소식입니다. 이처럼 가정에 관한 복음은 가정의 여정이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소상히 알려줍니다. 그리스도의 빛은 예수님의 한없는 사랑과 자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는 우리의 가정을 성화시키는 결정적 동인입니다.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를 갈무리하며 우리가 꼭 상기해야 하는 것은 바로 사랑과 자비의 절정인 하느님이 우리의 삶의 여정 안에서 언제나 동반하여 한없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멘!
글ㅣ진효준 요셉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