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고사성어는 종교적 심성에 기반을 둔 인간관계에서 이상적인 모습으로 종종 상정되곤 합니다. 눈빛만 바라봐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방이 척척 헤아려 준다면,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요? 이처럼 누군가 내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주고 공감하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겠습니까?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나의 이기적인 욕심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혼인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카나혼인강좌를 할 때,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서로의 감정을 자주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올바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은 결코 나의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알아서 내 전부를 이해해주겠지’라는 바람으로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누적된다면, 서로를 향한 서운함과 오해가 증식되어 가정 안에서 갈등의 장벽으로 마주하게 될 순간이 분명 찾아오게 됩니다.
아쉽게도 ‘나’는 온전한 ‘너’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 합니다. 물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미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때도 기준은 ‘너’가 아닌 ‘나’ 자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할 때, 기쁘고 행복할 때, 고마울 때, 슬플 때, 미안할 때 등 매 순간 자신의 마음을 나와 함께 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솔직히 표현하고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2021-2022년)를 선포하며 가정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세 가지 표현만 적절히 한다면 가정의 성화를 이루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십니다. 그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타인의 삶을 방해하지 않고 존중하며 양해를 구하는 “~해도 될까요?”, 가정 내 봉사에 감사하는 “고마워요.”, 꺼내기 쉽지 않지만 상처받은 이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말인 “미안해요.”입니다.
가장 작은 배려와 사랑이 가정 안에서 시작될 때 이 빛은 세상을 비추는 찬란한 등불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마시고, 기대하지 마시고, 기다리지 마시고 나의 마음을 용기 내어 자주 표현하세요!
글ㅣ진효준 요셉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