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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메, 환장하것네. 또 잊어버렸어?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3-18 11:17:49 조회수 : 741

저는 자주 깜박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사제관에서 성당에 나갈 때면 한 번은 꼭 다시 들어와서 잊은 물건을 챙겨서 나갑니다. 하루는 나갔다가 다시 사제관에 들어와서 잊은 물건을 챙기는데, 그런 저를 주방 자매님이 지켜보고 계시더군요. 좀 멋쩍어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매님, 뭐 또 빼먹은 건 없겠죠?” “신부님 뭘 걱정하세요. 한 번 더 들어오시면 되죠.” 지난주에는 급히 나가다가 빠뜨린 것이 생각이 나서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뭘 찾으러 왔지?’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여러분들도 이런 경험 있으시지요? 잘 생각해보세요. 분명 있을 겁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사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잊어버리는 것은 물론, 잊어버린 것을 찾으러 돌아섰는데, 뭘 찾으러 왔는지도 모르고 있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일까요? ‘돌아섬’ = ‘회개’ 이제 아시겠습니까? 대림과 사순 시기 때마다 우리는 회개한다면서 늘 다시 돌아서서 되돌아갑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혹시 찾으신 것이 있습니까? 뭘 찾으려고 돌아섰는지 기억하십니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어떤 일을 맡겼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얼마 뒤 시어머니가 오셔서 뒤에 서 계십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맘에 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는 왜 우리에게 오셨을까요? 규정을 지키고, 죄를 반성며 속죄의 제사를 봉헌하는 그 삶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셨던 삶은 반성하고, 규정을 지키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속죄의 제사가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분 마음에 드는 삶, 그분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삶 그것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잘못된 길에서 돌아서서 그분 마음에 드는 삶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 그것이 진정 회개가 아닐까요?


그러니 고해성사를 보려고 할 때마다 숨어버리는 죄, 그 죄와의 숨바꼭질은 적당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잊어버린 죄를 찾느라 고생하기보다, 그 시간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면 하느님께서 기뻐하실까?’ ‘내가 지금 무엇을 하면 하느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묵상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을 찾고, 하느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우리가 하는 작은 일들이 하느님께 기쁨을 드린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우리의 신앙생활이 더 보람 있고 행복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사순 시기는 돌아서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원하고 기뻐하는 삶을 다시 찾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사순 시기에는 무엇을 찾으려고 돌아섰는지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삶을 찾고, 여러분도 기쁘고 복된 신앙생활을 이루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 이규현 가롤로 보로메오 신부(사회복음화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