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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은 왜 그렇게 어렵게 살아요?”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3-11 11:34:17 조회수 : 697

코로나19 이전에 저는 강화에서 살면서 여름철마다 아이들을 위한 생태신앙캠프를 진행했었습니다. 캠프를 시작할 때면 아이들은 핸드폰도 없이 자연 안에서 놀아야 하는 익숙하지 않음을 불평하는 표정이 됩니다. 


어느 해 여름, 캠프 중에 아이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데 문득 한 아이가 손을 들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 아이는 유난히 딴청부리던 아이였습니다. 아이의 질문은 이랬습니다. “수녀님, 수녀님은 왜 그렇게 어렵게 살아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습니다. 아픈 지구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중이었고, 또 농사에, 교육에 땀범벅이 된 저의 모습이 아이의 눈에 안쓰러워보였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저도 모르게 대답 대신 아이에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어떤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셨나요?” 그러자 아이는 자기가 직접 본 것처럼 대답하였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아픈 사람들요.” 아이의 즉각적인 대답에 저도 서슴없이 말하였습니다. “맞아요.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 아픈 사람들에게 다가가셔서 그들과 함께 하시고,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셔서 낫게 하셨어요. 그렇다면 오늘 예수님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오셨다면 어디에서 그분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러자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수녀님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시대에 가장 가난한 이들이 바로 이 생명들이라고 생각해요. 인간만이 아니라 많은 생명들이 기후 위기로 상처받고 있어요. 바로 이렇게 다른 생명을 돌보는 장소로 예수님께서 수녀님을 초대하셨어요. 예수님은 저 가난한 생명들과 함께하고 계시거든요.” 저의 이 대답을 들은 장난꾸러기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캠프 내내 그룹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이 하느님 안에서, 자연 안에서 그동안 몰랐던 생태적, 창조적, 사회관계적 충격이 아이들 안에서 아주 깊은 상처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상처는 마치 조개의 몸에 모래가 들어가 상처를 내는 것과 같이 다가옵니다. 모래가 들어갔을 때 어떤 조개는 뱉어내려다 제 몸이 썩어 죽을 수 있지만, 어떤 조개는 그 모래를 품어 진주가 되게 합니다. 이 상처, 이 모래는 곧 희망의 씨앗입니다.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어른들 중 거의 대부분은 이 모래를 뱉어내려하고, 이미 절망스러운 미래를 전제하고 희망 품기를 그쳐버렸습니다. 미래에 대하여 아이들만큼 절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을 품은 한 사람 때문에 오늘 이 세상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바로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글 | 조경자 마리 가르멜 수녀(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