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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해!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2-24 11:12:24 조회수 : 650

하루는 교우들에 대한 불만이 가득 쌓인 나머지 씩씩대며 빈 성당에 들어갔어요. 정말 해도 해도 너무들 해서 분통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십자고상 앞에서 한참 동안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다고 불평을 해댔어요.

‘난 더했어’ 마음 속으로 스윽 지나간 소리였어요. 신기하게도 웃음이 나기 시작했어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투덜거렸는데 말이죠. 한결 누그러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성당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그 뒤로는 섣불리 교우들의 흉을 보지 않게 되더라구요.


옛 어른들은 귀한 딸이 시집 갈 때 이불을 선물로 딸려 보냈다고 해요. 허물을 덮어달라는 의미였다고 하네요. 사랑은 허다한 잘못을 덮어준다는 성경말씀(1베드로 4,8 참조)처럼 말이죠.

하지만 네잎 클로버 같은 내 잘못에 비해 남의 흉은 왜 그리도 잘 뜨이는지요. 게다가 자꾸만 허물을 들추고 싶어져요. 남의 허물에 관심이 많은 건 정작 자기 잘못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인데 말이에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된다고 하셨다는데 속으로 뜨끔했어요. 역시 아무나 성인이 되는 건 아니에요.

어쩌면 뒷담화만 하는 건 양반일 수도 있어요. 인생은 장기판이 아닌데 이래라 저래라 훈수까지 두고 싶어 안달이니까요. 당사자가 도움을 원하는지는 묻지도 않아요. 그렇게 조언이랍시고 한 말들에서는 자기과시의 의도가 감추어지지 않구요.


한번은 친한 형 앞에서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어요. 그 사람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말이죠. 한참을 떠들어대는데 듣다 못한 그 형이 그랬어요. 


“너나 잘해!”


요강으로 물 마신듯 했어요. 하지만 헛소리의 입막음으로는 딱이었어요. 요즘도 남의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지면 그 말을 떠올리곤 해요.


누구나 고쳐지지 않는 단점이 있고 여전히 나를 짓누르는 묵직한 과거를 안고 살고들 있죠. 하지만 빛은 빈틈으로 들어오고 은총은 죄를 통해 임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요. 그래서 '과거 없는 성인 없고 미래 없는 죄인 없다.'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이 큰 위로가 돼요.


서로에게 필요한 건 날 선 지적이 아니라 회개의 경험에서 우러난 격려에요. 잘못하고 실패한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도록 서로 돕고 살았으면 해요.

어차피 우리의 인생은 패자부활전이니까요.


글 | 이재웅 다미아노 신부(국내 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