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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봄의 혁명, 지금도 끝이 없는 민주화 외침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1-27 10:27:24 조회수 : 621

탕 탕 탕총성이 울리고 급발진 엔진소리의 군용트럭이 피켓을 든 젊은 시위대를 향해 그대로 돌진하고, 여기저기 나뒹굴며 신음하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시민들의 영상이 SNS에 올라옵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죽임을 당한 무고한 시민들의 엉킨 죽음이 트럭 짐칸에서 검은 재가 되어 타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화가 아닌 실제, 지금 이 순간에도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얀마는 우리가 버마(Burma)와 아웅산수치 정도로만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로 60년 이상 군부 독재정권에 맞서 싸워오다 2016년에 겨우 민주화를 달성하여 5년간의 짧은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시민들은 밝은 미래를 꿈꾸며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121일 새벽, 청천벽력 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바로 군부 쿠데타입니다.


202011월 총선에서 군부 정당이 큰 패배를 당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야욕이 더는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하루아침에 정권을 탈취했습니다. 다음날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국방 사령관은 국영TV에 등장하여 문민정부가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국가를 혼란에 빠트린 이유로 질서회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들의 쿠데타를 정당화합니다. 이날 독재자는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나의 부모님 그리고 나의 자식같이 생각하고 사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정을 유지하는 동안 어떠한 탄압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2월 말 양곤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군정을 반대하는 피켓을 든 평화로운 시위대를 향해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고, 선량한 시민들은 피를 흘리며 죽어갔습니다. 군부는 총상을 입은 시민을 군홧발로 짓밟으며 폭행을 가했고, 그 자리에는 선혈이 낭자했습니다.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을 하고, 환호하며 뛰쳐 나가는 군경을 보면서 저는 사탄을 보았습니다. 총을 쏘지 말라고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수녀님을 앞에 둔 그 순간에도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습니다. 저는 죽어간 청년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곳에 자비란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곳에 주님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자비를 이젠 이 땅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미얀마의 젊은 청년들은 오랫동안 군부에 저항해오던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활동하는 국경 산악지역으로 가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다짐과 산화된 동료와 친구들의 복수를 다짐하며 재래식 무기를 들고 시민군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지금도 지방에서는 시민군과 독재정권의 군대와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포로가 되면 죽임을 당하고 군부는 잔인한 영상을 올리며 공포를 조장합니다. 설령 시민군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게 되면 정부군은 그들이 활동했던 마을 전체를 방화하고 전소시켜버립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40만 명의 피난민이 태국 국경의 난민촌에서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습니다.

 

지금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양상은 과거 무고한 희생이 발생했던 1988년과 2007년과는 너무도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때는 평화적 시위였을 뿐만 아니라 독재자의 폭거에 2개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오랜 세월 치욕의 삶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11개월째 저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경험했던 민주화 세상이 이들에게는 너무도 값진 선물이었으며 밝은 미래였기 때문에 이제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죽음도 불사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이곳에 살면서 고스란히 과거 속 거울 안에 앉아 우리의 침울했던 독재 시절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화 속이 아닌 실제 민주화의 외침과 피로 범벅되어 나뒹구는 죽음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처절하게 죽어갔던 이름 없는 우리 선대들의 희생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느끼게 됩니다. 저는 기도 때마다 저 독재자들을 어떻게 용서해야 하는지 혼란을 느낍니다. 이 혼란 속에서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증오의 고통들이 저를 다시 괴롭히고 있습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왔지만, 이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길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 십자가를 바라보며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을 위해 기도를 올립니다. 이들의 죽음을 불쌍히 여기시고 영원한 안식을 주시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정치범 지원협회에 따르면 11일까지 1,393명이 목숨을 잃었고, 11,292명이 감옥에 투옥됐으며 1,964명이 수배되어 도망을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미얀마를 잊지 마시고 이들의 죽음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함께 기도를 해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광주의 희생이 우리에게 민주화를 안겨다 준 것처럼 지금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항쟁이 언젠가는 미얀마에 따뜻한 민주화의 봄을 맞이할 것이라고 함께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21일은 미얀마 민주화 사태 1주년입니다.

우리의 봄도 미얀마의 봄도

똑같은 따뜻함이 되어

다가와 주길 기도드립니다.


| 천기홍 니콜라오(미얀마 양곤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