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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길(Synodalitas)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12-24 10:16:35 조회수 : 695

하느님 나라를 관상할 때면 10여 년 전 서울 재개발지역 선교본당 관할 빈민 사도직 소임 때의 모습이 표상으로 떠오르곤 합니다. 선교본당은 가난한 지역 주민, 조합원, 활동가들이 도시공소 형태로 모인 신앙공동체로, 주일미사 후 식사 나눔이 있습니다. 사제가 미사 전에 밥을 안쳐놓고, 매주 공동체별로 국을 끓여오고, 수녀도, 신자도 각자 나눌 반찬을 조금씩 준비해 옵니다. 미사가 봉헌된 선교본당 거실은 이내 식당이 되고, 분주한 손길들이 상을 펴고, 수저를 놓고, 준비한 반찬을 그릇에 담으며 모두가 참여하여 밥상을 차리면 본당 가족들이 둘러앉아 행복하게 식사합니다. 마치 하느님 나라 잔칫상 같습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반찬 준비를 못한 홀몸 어르신도, 편부모 가정 아이도 맛있게 먹고, 남은 반찬은 다시 나눠갑니다. 미사 성찬례에 이어지는 소박한 식사는 공동체 모두의 친교와 참여의 장이며, 가장 약한 이들을 먼저 섬기는 복음 실현의 장이었습니다.

지난 109-10일부터 보편교회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걷는 길, 세계주교시노드를 열어 우리를 그 여정에 초대하였습니다. 앞서 절박한 생태적 위기 앞에, 새로운 복음화의 길인 통합생태로 나아가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선포하였고, 그 여정 전반부에 진행되는 세계주교시노드(202310)가 교회구성원 모두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적절한 때(kairos)에 교회 사목자를 비롯한 시노드 주체가 과거를 통해 바라볼 성찰점이 있습니다. 사실 생태·환경위기는 90년대부터 거론되었고, 이를 직시하며 교회에서도 한때 생태·환경운동이 성행했으나 교회 전체와 사회 구조적 변화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또한 대다수 교구가 한 차례 이상 시노드를 열었지만, 기층 신자들까지 참여하는 교회의 전반적인 변화에는 이르지 못했던 이유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표상처럼 떠오른 선교본당 식사 나눔에서 그 방향을 어렴풋이 찾아봅니다. 주님을 모시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으며, 모두가 참여하는 밥상공동체’, 특별히 더 약한 이들에 대한 배려와 참여는 매우 중요한 점이라 하겠습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적 방향인 가난한 이들과 지구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49)과 함께 시노드의 가르침을 새겨봅니다.

근본 질문이 우리를 다그치고 이끈다. 함께 걷기가어떻게 이루어져, 교회가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에 따라 복음을 선포하게 해 주는가?

모든 이가, 특히 다양한 이유로 소외된 이들이 하느님 백성을 이루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자신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낼 기회를 제공받는 참여적이고 포괄적인 교회적 과정을 실천하기”(세계주교 시노드 예비문서 2).


글 | 임미정 살루스 수녀(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회, SOL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