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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화를 잘 받는 이가 화 관리 고수다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11-19 17:19:40 조회수 : 839

20년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수행자가 그 흔한 갈등 한번 없이 잘살고 있었습니다. 비결은 어른 수행자의 말에 있었습니다. 어린 수행자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마다 어른 수행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 그래? 그게 그런 거야?” 이 말은 어린 수행자에게 마법 같은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어른 수행자의 말은 어린 수행자의 행동을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고, 온전하게 받아주는 말이었기 때문에 어린 수행자는 더 이상 자기 주장을 내세울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자기가 정말 바른말과 행동을 했는가를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잘못 말씀드린 것 같다거나 다시 고쳐 이야기를 하게 했습니다. 그때도 어른 수행자는 말했습니다. “, 그래? 그게 그런 거야?”

 

살다가 누군가 화를 내면 되받아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자연스러운 마음의 반응입니다. 누군가 화를 내는 것 자체가 내 속에서 불쾌한 마음을 올라오게 하므로 되받아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화내는 사람이 하는 말의 허점이나 오류를 찾아 조목조목 반박하려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대부분 더 큰 다툼으로 번집니다. 그 이유는 불을 불로 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화는 화로 잠재울 수 없습니다. 불은 물로 꺼야 합니다. 물에 해당하는 것이 화내는 사람의 말에 공감하는 것입니다.

프랑스 속담에 화내는 사람은 옳다는 말이 있습니다. 화를 내는 사람은 자신이 100% 옳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강한 톤으로 말합니다. 100% 확신하는 사람에게는 100% 공감하는 것 외에는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99% 틀린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래서 99%에 대해 왜 틀렸는지를 반박하고 싶어합니다. 100% 옳다고 생각한 이야기에 100% 반박을 받게 되니 상대방은 더 크게 화를 냅니다. 이럴 때 도움 되는 원리가 ‘1%100% 동의해주기입니다. 100% 틀린 말을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1%는 화내는 사람의 말이 맞습니다. 1%100% 공감해주라는 것입니다. 남편이 일주일에 며칠 늦었는데, 당신 요즘 매일 늦는다며 화내는 아내에게 내가 언제 매일 늦었냐고 따지면 싸움만 커질 뿐입니다. 이럴 때는 1%, 즉 요즘 늦었다에 초점을 맞추어 그러게, 이번 주는 자주 그랬네.”하고 말하면 됩니다. 그러면 아내는 마음이 풀려 남편이 듣고 싶은 말을 하게 됩니다. “, 매일 늦은 건 아니지만.”

 

우리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상대가 화를 낼 때 상대가 하고픈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되받아칠 내 말에 귀를 기울여서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합니다. 이럴 때 침을 꿀꺽 삼키고, “, 그래? 그게 그런 거야?”라고 마법의 한마디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는 잘 내는 것보다 잘 받는 것이 훨씬 높은화 관리 고수의 경지입니다.


글 이서원 프란치스코(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