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뫄지라이(Mwajirai~식사 하셨습니까?)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10-21 17:10:19 조회수 : 838

선교지에서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교우 한 분이 손을 건네며 악수를 청하길래 저도 같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악수를 끝내자 그 사람이 또다시 또 손을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왜 악수를 두 번 하냐고 물으니 한번은 상대의 안부를 다른 한 번은 자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랍니다.

어느 날 모래를 실으러 가기 위해 트럭에 필요한 공구들을 싣고 있을 때였습니다. 마침 총회장이 지나가면서 뫄지라이!” 하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잘 모르는 인사말이라 고맙다고 응답하자 옆에 있던 교우들이 웃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식사는 하셨어요?”라는 뜻이었습니다. 나중에 저도 다른 사람에게 뫄지라이~” 하고 인사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아뇨!” 였습니다. 저는 속으로 내가 밥을 사줘야 하나?’ 하고 당황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잠비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 한 끼 또는 두 끼로 식사를 해결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몰랐었습니다. 여러 가지 풍토병 때문에 영아 사망률이 높고(평균수명 38) 낙후된 농업기술과 열악한 자연환경으로 끼니를 충분히 채우기 어려운 이들의 삶이 인사문화에 자연스럽게 반영된듯합니다. 만일 제가 교우들이 내민 두 번째 손을 내치거나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에게 식사는 했냐며 매번 묻는다면 그들에게 저의 안부 인사는 기쁨이 아닌 당혹스러움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선교지의 다양한 문화 안에서 자신보다 먼저 활동하고 계시는 하느님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의 체험을 존중하며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어떤 선교사가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 밝게 빛나는 천국과 뜨겁게 불타는 지옥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교회에 나오면 천국에 갈 수 있다며 열정적인 설교를 했는데, 원주민들이 모두 떠나갔다고 합니다. 선교사가 보여준 천국과 지옥 그림에는 모두 백인들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교회는 10월의 마지막 전 주일을 전교 주일로 기억하며 자신의 선교 사명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 선교사가 되며(ㄴ평신도 그리스도인35항 참조) 교구 사제들은 선교 활동의 1차적 책임자인 주교단의 협력자로서 자기 교구, 국가, 예법의 경계를 넘어 어디서나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교회의 선교사명67).

뫄지라이? 여러분 모두 식사는 하셨습니까?”

미사 안에서 영적인 양식으로 주린 배를 채운 우리는 세상을 향해 파견된 선교사입니다. 내가 체험한 기쁜 소식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시는 성령께 의지하며, 언제나 사도들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며 우리의 을 아름답게 가꾸어 갑시다(로마 10,15 참조).


글 | 김종용 프란치스코 신부 (잠비아 선교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