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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깨어 있어라’(마태 25,13)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10-21 17:07:37 조회수 : 906

‘20:30’* 알람이 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 앞 메모를 읽는 소녀, ‘예린아, 엄마, 아빠 불 끄고 금방 돌아올게.’ 이내 소녀는 탁자 위 방독면을 쓰고 불타는 밖을 향해 창을 연다. 창밖에서는 불타는 소리, 사이렌 소리. TV에서는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불, 폭우, 폭염 등의 기상이변을 전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 공동의 집, 지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위 묘사는 최근 KBS에서 방영한 기후변화 특별기획 붉은 지구’ 1, ‘엔드 게임 1.5의 도입 장면입니다. 도입부 이후 최근 우리나라 안동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대형 산불과 물난리, 폭염 등. 그리고 이 엄청난 재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보여줍니다. 또한 재난 장면 사이 전문가들의 인터뷰에서 이미 30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예견했던 상황이 지금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 모습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2030년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 이런 모습은 점점 우리 일상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30년 전부터 예언된 이 사태를 미처 막지 못하고 지금 우리는 점점 파국을 향해가고 있을까요? 왜 이런 파국이 여전히 우리 자신의 문제이자 우리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요? 지금 당장 기후 정의를 위해 행동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는 파국으로 치닫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과 공동체의 근본적인 전환, ‘생태적 회개를 촉구합니다. “내적인 광야가 엄청나게 넓어져서 세계의 외적인 광야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환경 위기는 깊은 내적 회개를 요청합니다(217.). 우리의 삶을 성찰하며 우리의 행위와 방관으로 어떻게 우리가 하느님의 피조물에 해를 끼쳐 왔는지 깨달아야 합니다(218.). 그러나 개인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현대 세계가 직면한 매우 복잡한 상황의 해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는 데에 필요한 생태적 회개는 공동체의 회개이기도 합니다(회칙 찬미받으소서219).

 

이렇게 근본적인 대전환을 위한 생태적 회개는 보다 느리게 모든 존재와의 연결성을 깨닫게 하고, 또한 역설적으로 보다 빠르게 위기의 원인인 물질 자본주의 체제의 전환을 위해 직접 행동케 합니다. 그래서 이 통합 생태적 회개가 바로 기후변화의 엔드 게임을 막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열쇠입니다.

다시 엔드 게임 1.5의 마지막 장면, TV 앞에 앉은 예린이 옆에 ‘20:21’로 맞춰진 알람이 울리고, 예린이는 화면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시점, 2030


글 | 임미정 살루스 수녀(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회, SOL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