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수원주보 기사

사랑이 지속될 때 기도도 지속됩니다!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9-17 16:07:39 조회수 : 723

나무들을 손질하면서 과감한 가지치기와 적절한 거리두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솎아내고 웃자란 가지들을 쳐내고 굵은 칡넝쿨을 걷어주니, 나무들이 활짝 웃으며 매우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듯합니다.

영성생활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 과감한 전지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베트남의 가경자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1928~2002)의 기도생활이 유난히 돋보입니다. 한때 사이공대교구(, 호찌민대교구) 부교구장 대주교로서 활발한 사목활동에 전념하던 그는 베트남 공산화와 더불어 하루아침에 독방에 수감됩니다.

그의 내면은 끝도 없는 의혹과 불안, 수시로 찾아오는 분노와 외로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그는 즉시 과감한 영적 가지치기에 돌입했습니다. 자신의 시선을 의욕, 불안, 분노, 외로움으로부터 차단하고, 오로지 하느님께로만 향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먼지 앉은 독방 바닥에 손가락으로 성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길고 지루한 수감 시간을 묵상 기도로 채워나갔습니다. 이렇게 그는 독방을 교구민들을 위한 지속적인 기도가 그치지 않는 거룩한 제대요, 주교관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는 노년기를 바티칸에서 보냈는데, 힘겨운 투병생활 중에도 언제나 환하게 웃는 얼굴로 활짝 두 팔을 벌려 방문객들을 맞이했습니다. 방문객들이 하나같이 남긴 증언은 추기경님과 함께 있으면 마치 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어떤 사람이든 즉시 무장해제를 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방문객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메시지, 영혼 저 깊숙한 곳에서 길어올린 따뜻한 메시지를 방문객들에게 건넸습니다. 방문객들은 그와 비록 한 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돌아서면 마치도 충만한 기도 피정을 한 느낌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렇게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은 자신의 삶의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했습니다. 세심하고 깊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영혼, 그들 내면의 성장을 위한 관심과 노력은 한평생 계속되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자신을 배신하고 박해하고 고문한 사람까지도 포함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기도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기도의 참된 여정은 삶입니다. 지속적인 기도는 하느님을 섬기는 데 온전히 바친 삶입니다. 이것이 항상 기도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랑이 지속될 때 기도도 지속됩니다”(구엔 반 투안 추기경).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