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에서 아모스 예언자는 주님께로부터 예언자로 부름받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예언자도 아니고 예언자의 제자도 아니다. 나는 그저 가축을 키우고 돌무화과나무를 가꾸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님께서 양 떼를 몰고 가는 나를 붙잡으셨다”(아모 7,14-15).
신약에서도, 사도들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당신을 따르라는 예수님의 부름에 순명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지팡이 외에는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며, 필요한 것이면 족하고 항상 동행해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제가 보좌신부일 때 뵈었던 신부님을 잊지 못합니다. 미국에서 교포사목을 마치고 귀국하신 신부님께서는 양손에 가방 두 개만 가지고 새로운 임지로 부임하셨습니다. 평상시에도 늘 사제 복장을 하시고 매우 검소하게 생활하시며, 혹여나 당신이 선물을 받게 되면 보좌신부인 저와 교우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셨습니다. 신부님과 저의 영명축일이 같은 날이었는데, 한사코 거부하시는 중에도 받게 된 선물을 모두 저에게 주시며, 항상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을 뵐 때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제 사제관을 둘러봅니다.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없는 게 없습니다. 아니, 차고 넘칩니다. 제가 그토록 존경하는 신부님이 귀국하실 때는 양손에 들린 가방 두 개가 전부였는데, 제가 미국에서 귀국할 때는 국제화물 이사를 할 정도였습니다. 이삿짐을 실은 차량이 인천항에서 출발하여 성 라자로 마을로 들어오는데, 제 사제관으로 올라오는 길에 있는 우리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의 가지를 차량이 치고 지나가지 않도록 제가 열심히 수신호를 하며 트럭 기사에게 주의를 주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그 엄청난 이사 차량에 열심히 수신호를 보내며 ‘물건 조심히 다루어 주세요.’ 하고 소리치던 저의 모습을 보시던 예수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 말씀에 순명한 제1독서의 아모스 예언자와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 복음에서의 파견된 제자들과 보좌신부 때 뵈었던 그 존경스러운 신부님을 축복하시던 주님께서, 오늘 복음 속 한 장면처럼 당신 ‘발밑 먼지를 털어 버리시며’(마르 6,11) 저를 떠나시지 않으실까 너무나 부끄럽고 두렵기만 합니다.
글 | 한영기 바오로 신부(성 라자로 마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