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 만나는 일이 힘이 듭니다. 주식도 모르고 땅도 모르고 드라마도 안 보고 게임도 안 하고 술도 마시지 않고 여행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들과 만나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즐거운 모임이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참 재미없게 산다.” 하고 말합니다. 언뜻 들으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사람들 관점이지, 제 관점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참 재미없게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아침에 눈 뜨는 순간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길가의 나무들이 말을 걸어주는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 같고, 화선지와 여백을 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일도 없는 것 같고, 밥알들이 자신의 생명을 전해주는 소리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매달려 사탕을 사달라고 조르는 일은 더더욱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은 정말 심심하게 삽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과는 담을 쌓고서,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만 대화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타깝게 보입니다.
언젠가 지인이 제게 물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가 뭘까?” 그때 저는 “사람들이 괴롭히니까 피해서 간 거겠지. 예수님께서도 그러셨잖아.”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달마스님이 중국으로 가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은 9년 동안 벽만 바라보는 일이었습니다. 스님은 동쪽인 중국으로 가기 전부터 이미 인도에서 유명했었습니다. 그런 스님이 무언가를 더 깨닫기 위해서 9년이나 벽만 바라보며 수행을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달마스님은 9년 동안 수행을 한 것이 아니라, 이전의 수행으로 만나게 된 ‘하느님’과 함께 9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만드실 때 당신을 닮은 온갖 것들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손길이 따스하고 수줍음이 많은 해님,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말이 많은 수다쟁이 달님, 한시도 멈추지 않고 노래하는 바람,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배려 깊은 나무들…. 그들은 하느님을 닮았을 뿐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같이 있자고, 같이 놀자고.
사람들은 매일 매 순간을 열심히 살지만, 그 삶이 공허한 이유가, 그 안에 하느님의 공간이 없기 때문임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글 | 강신성 요한(소소돌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