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질에 대해 연구하던 중,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도로가 깔렸습니다. 지하철도 생기고 광역버스도 늘어나고 광역철도까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용차도 더 많아지고 빨라졌습니다. 모두가 사람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더 빨리 편하게 이동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면 더 여유 있게 지내며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런 기대를 갖고, 큰돈을 들여 만든 교통시설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나 뚜껑을 열고 보니,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더 멀리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수백억 원, 수조 원을 들여 만든 시설들이, 우리에게 시간 여유를 선사하기는커녕, 시간에 더 쫓기도록 만든 것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도시로 몰려듭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모두가 그렇습니다. 미국만 해도, 200년 전에는 대부분 농사를 지었습니다. 인구 백 명 중 네 명만 도시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백 명 중 팔십 명이 도시에 삽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농업 국가이던 중국은 인구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20년 동안 신도시 300개를 건설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도시의 삶은 속도가 빠릅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도시 규모가 두 배로 커지면, 삶의 속도는 2.3배쯤 빨라진다고 합니다. 사업체는 더 빨리 생겨나고 빨리 문을 닫습니다. 기술도 빨리 발전합니다. 심지어 사람이 걷는 속도마저 빨라진다고 합니다.
역동적이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기는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니 당연히 피곤하며,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고 쓰레기도 그만큼 더 많이 배출합니다. 집값은 오르고 경쟁은 치열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생활 수준 격차는 커집니다. 그럼에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여유는 점점 사라져갑니다.
우리 삶의 터전인 도시의 속도를 조금만 늦출 수는 없을까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지, 질문하고 사색하며 대화할 여유 정도는 남겨둘 수 없을까요?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을 파견하며 말씀하십니다. ‘지팡이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요. 가끔은 속도를 늦추고 욕심을 내려놓은 채, 물질을 따르느라 사람을 놓친 일은 없는지 묵상하며 살아가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말씀입니다.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