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작업실로 놀러 온 지인이 저에게 ‘왜 그렇게 세상 물정 모르게 사느냐?’ 하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에서 우정과 걱정이 뒤섞인 여운이 느껴졌습니다. 걱정해 주는 지인에게 고마웠고 미안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나는 잘 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 하고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제가 알고 있는 ‘금괴 창고’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떤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아주 커다란 창고 앞에서 창고지기를 만났습니다. 창고지기는 그를 불러 세우며 “저 창고 안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금괴가 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금괴의 주인이 와서 오늘 단 하루만 그 금괴들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모두 가져가라고 말해 주라는 거예요. 지금 사람들이 저 안에서 금괴를 가져가고 있으니 당신도 얼른 가지고 가세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그네가 창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금괴가 쌓여 있었고, 수많은 사람이 이미 그 금괴들을 가방에 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그네도 그들처럼 자신의 가방에 금괴를 가득 담아 집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나그네는 그렇게 몇 번이나 창고와 집을 오가며 금괴를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을 먹는 것도, 다리가 아픈 것도, 해가 저무는 것도 잊은 지 오래였습니다. 나그네의 머릿속에는 오직 오늘이 가기 전에 자신의 집으로 금괴를 하나라도 더 가져갈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저를 걱정해 주던 지인에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나그네라면 끼니를 다 챙겨가며 밥도 먹고 쉬기도 하면서, 그렇게 쉬엄쉬엄 금괴를 나르겠는가? 아마 자네도 나그네처럼 쉬지 않고 금괴를 나르게 될 걸세. 하루만 고생하면 부자가 되는데 하루쯤 고생하는 거야 무슨 상관이겠는가? 나도 그렇다네. 그러니 내 걱정은 하지 말게나. 백 년의 삶에서 하루를 버린 나그네처럼, 나도 영원한 삶에서 백 년을 버린 것뿐이네.”
예수님께서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금괴가 가득한 창고를 보여주시며 다 가져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단, 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만 가져갈 수 있다고 하십니다.
글 | 강신성 요한(소소돌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