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건강이 좋아집니다. 아마 환경도 좋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면 GDP(국내총생산)가 떨어진다. 자동차가 안 팔려서 자동차 회사 이익이 줄어든다. 자동차 보험도 안 드니 보험 회사도 어렵다. 기름을 덜 쓰니 석유 회사의 이익이 줄어든다. 다들 건강해지면 병원에 가는 사람이 적어져서 병원도 손해다. 실손보험도 덜 들 터이니, 보험 회사의 손해는 더 커진다. 따라서, 자전거 타기는 경제에 좋을 게 없는 일이다. 물론, 걷기는 더 나쁘다.’
황당해 보이는 이런 주장은 사실 지금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률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다리가 무너져서 복구공사를 벌여도, 건설회사가 돈을 버니 경제가 성장한다고 계산합니다. 망가진 다리와 사고에 따른 사상자는 계산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의료비가 높아져도, 의료 부문이 성장해서 경제가 성장한다고 계산합니다. 입시 경쟁이 심해져서 사교육비가 더 지출되면 사교육 부문이 성장하고, 집세가 올라서 월세 지출이 커지면 주거 부문이 성장한 것으로 봅니다. 환경을 파괴하면서 공장을 가동해도, 파괴된 환경의 가치는 빼지 않고 공장에서 나온 물건값만 계산해 더합니다. GDP는 우리 삶에 기여하지만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GDP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가족을 위해 아이들을 돌보고 빨래와 청소를 하고 어르신을 간호하는 일은,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포함하지 않습니다. 성당에 나와 자원봉사하면서 보낸 시간은 경제성장 계산에서 빠뜨리고 맙니다. 다른 곳에 가서 돈을 받고 똑같은 일을 하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계산하는데도 말이지요.
이런 방법이 우리 삶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일까요? 경제가 몇 퍼센트 성장했다고 발표되면, 세상이 그만큼 좋아졌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건강이 좋아지니 좋은 것입니다. 건강이 좋아지면 병원 갈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취미생활을 하면 되니, 삶의 질도 좋아지는 것입니다.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으면 탄소배출을 안 해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니, 미래 세대에게 좋은 것입니다. 교육비, 주거비를 덜 쓰고 성당에서 자원봉사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좋은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시기 좋더라.’라고 할 수 있는 세상은 돈과 욕망으로 가득 찬 곳일까요? 아니면 깨끗한 환경과 좋은 관계로 가득 찬 곳일까요?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어떤 쪽인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진정한 경제성장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때입니다.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