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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잡은 고사리 같은 손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08-23 09:29:55 조회수 : 390

두 달 전, 제 ‘첫째 조카’의 이야기를 말씀드렸고, 오늘은 ‘둘째 조카’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3년 전 늦가을쯤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머니를 제 옆자리에 모시고 조카들을 뒷좌석에 앉히며, 함께 여행할 수 있음에 감사함과 기쁨을 느꼈죠.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날수록, 당시 5살, 8살이었던 조카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피곤함이 쌓여가던 셋째 날 오후, 둘째 조카도 처음 다니는 가족 여행에 다소 지쳤는지 이동 중에 차 안에서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불편하고 힘들다며 운전석을 발로 찼고 그런 행동은 위험하다며 몇 번 주의를 주었지만, 둘째 조카의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생전 처음으로 둘째 조카를 혼냈습니다. 원래, 저희 집안에서 ‘삼촌’은 애정과 투정을 다 받아주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삼촌에게 혼난 둘째 조카는 어리둥절하다가 차에서 내릴 때까지 눈물을 꾹 참았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차에 탔던 ‘엄마’를 보고 ‘설움의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저는 어린 조카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며 미안함과 동시에 ‘나에게 거리감을 느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고작 10분이 지났을까요. 울음을 그치고 마음을 추스른 둘째 조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오히려 제 손을 꼭 잡고, 그 전보다 더 깊이 제 품에 안겼습니다. 

그날, 둘째 조카가 자신을 혼낸 삼촌의 손을 꼭 잡았던 손길에는,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건네시는 손길의 흔적이 묻어있을 것’이라고 종종 회상하곤 합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 4주간 읽었던 요한 복음 6장의 결론에 해당하는 대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표징’을 보여 주시며 군중을 배부르게 하셨고 이에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표징 안에 담긴 가르침을 들으며 점차 하나둘씩 예수님을 떠나갔습니다. 배고픔이 채워지는 ‘기적’은 좋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받아들이지 않았던 군중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보이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떠나가고 열두 제자만이 그 곁에 남았을 때, 예수님은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라고 물어봅니다. 더 정확히는 “너희만은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거야, 그렇지?”라는 ‘애절함’이 담긴 질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갑과 을의 관계’에 비춰 바라보면, 하느님은 스스로 ‘을의 위치’로 내려가시는 분이고, 우리를 ‘갑의 위치’로 올리시는 분이라고 말이죠. 하느님은 ‘고사리 같은 어린아이의 손길’처럼, 우리에게 끊임없이 사랑의 손길을 건네시는 분임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