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야기가 오가며 처음으로 시댁에 인사 갔던 날, 어머님은 저에게 아무것도 필요 없다며 대신 “성당에만 다니면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무교였던 저는 바로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교리를 전혀 몰랐던 저는 신부님의 강론 시간만 되면 졸기 바빴습니다. 매주 성당에 와서 잠만 자다가 가니 신랑은 그럴거면 성당에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열심히 매주 성당에 갔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교리 받는 게 쉽지 않았지만 결국 세례를 받았습니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난 후쯤 어머님께서 제가 세례 받던 때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당시 어머님은 제가 다니는 성당에 전화해서 급하게 세례를 주면 냉담할 수 있다고 수녀님께 말씀드렸더니, 수녀님께서 절대 냉담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저는 한 번도 냉담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느님과의 인연이 계속되었습니다. 주님의 기도가 뭔지도 몰랐던 제가, 신부님 강론 시간만 되면 졸기 바빴던 제가, 두 아들 아론과 모세를 통해서 하느님 앞에 한발 한발 다가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큰아이 첫영성체 때 ‘봉사하는 기쁨’을 알게 해주셨고, 둘째 아이의 첫영성체 때는 하느님 앞에 무릎 꿇고 ‘미사드리는 기쁨’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매일 미사를 봉헌할 때 다음날 미사드릴 생각에 밤마다 아침이 빨리 오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잠이 들곤 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아이와 성당에 도착했을 때 얼마나 감사하고 가슴이 뜨겁게 타오르던지 아직도 그날 드렸던 새벽미사 장면이 종종 떠오릅니다.
두 아이를 통해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 안에 머무를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하느님 사랑 안에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되길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