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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3년 수원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11-27 조회수 : 4657

 2021∼2023년 수원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Ⅰ. 들어가는 말

 

불확실성의 시대
1. 지금 인류는 코로나19 감염병과 그 여파로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세계적 창궐은 평범했던 인류의 일상을 멈추게 했고, 사랑하는 가족을 앗아갔습니다. 지구촌 공동체는 슬픔과 두려움 속에서 이 위기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하며 감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병의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전방위에 걸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질병 위기, 경제 위기는 우리 인간 생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치적 위기까지 가세하여 국내 문제는 물론, 국가와 국가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은 우리의 미래를 불안과 두려움으로 몰아가게 합니다.

 

생활양식과 소통방식의 변화
2.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점진적으로 영역을 넓혀가던 비대면 방식의 소통문화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산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대면 문화의 영역들이 비대면 문화로 영역을 옮겨가며 오히려 외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서로 대면할 수 없기에 차선으로 선택한 비대면 방식이 도리어 사람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서서히 사회의 주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굳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상호 간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한 사람들은 이제 대면과 비대면 두 개의 방식을 동시에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3. 이러한 변화는 우리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동안 교회의 운영방식은 대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병의 예방을 위해 수개월에 걸친 미사 중단과 이에 따른 대안으로 제시된 TV, 인터넷 방송 미사 시청은 신자들의 미사 참례 의무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초래하였습니다. 이어서 다시 시작한 미사 이외에 모든 집회와 활동을 금지한 사목 조치는 신자들의 신앙생활 방식을 공동체 중심에서 개인의 일상 중심으로 바꾸게 하였습니다. 또한, 사제와 신자 그리고 신자와 신자 사이의 소통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비대면 방식의 접근들은 교회 안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교회는 불확실하게 전개되는 사회현실과 비대면으로 전개되는 소통문화를 바라보면서 지금 이 시대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Ⅱ. 도전과 대응

 

가난한 이들
4. 코로나19로 위축된 세계 경제는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이들을 심각한 곤경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의식주만이라도 해결하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이미 이기적이며 자기방어적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서 자비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현실입니다. 특히 질병에 취약한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겪는 가난은 생명의 위기와 직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때에 교회는 모든 역량을 모아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가진 것을 나누어 이들이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비단 사회복지 차원의 나눔뿐만 아니라, 교회의 지체들 모두가 살아 있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에페 4,16)로서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저는 우리 신자들의 마음 안에 가난한 이들을 향한 자비로운 주님의 연민이 가득하기를 희망합니다.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인 선택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교회의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이는 복음화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힘든 위기의 때에 교회가 본연의 모습을 살아야만 비로소 주님의 복음이 참되게 선포될 것입니다.

 

가정
5.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정에 머무르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와 일치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감염병의 위기가 가져다준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 공동체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미 교회가 여러 가르침을 통해 강조해 왔던 가족 구성원의 유대와 일치, 부모와 자녀의 대화,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수 등이 갖는 중요한 의미가 자연스럽게 재조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신자들이 가정 안에서 서로 일치하고 나누며 하느님을 발견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상 안에서 꾸준히 신앙 실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격려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영상 등 다양한 비대면 매체를 활용한 교육 자료와 안내서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신자들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도 필요할 것입니다.

 

영유아·초등학교 저학년
6. 교회는 전통적으로 유아세례를 통하여 부모의 신앙을 자녀에게 전수하도록 가르쳐 왔습니다. 이는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모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영유아기는 생활 습관 및 인성 교육의 초기 단계로서, 부모의 가르침이나 모범을 통해 기본적인 도덕성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배우는 신앙과 가치관은 향후 이들의 그리스도교적 가치관 형성에 기초가 됩니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 부모들은 신앙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며 자녀의 유아세례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영유아기 자녀들의 교육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부모의 신앙 교육이 영유아기 자녀의 인성발달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연구하고 가르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과정에 눈높이를 맞춘 다양한 신앙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젊은 부모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청소년
7.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빚어진 일련의 상황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커다란 불안으로 다가왔습니다. 학교 운영 방식의 다변화로 학생들은 학업에 차질을 빚었고 이는 진학과 취업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사회경제의 위축으로 말미암은 대규모 실업과 장기불황은 청소년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미래를 꿈꾸고 희망으로 가득해야 하는 청소년들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불안한 상황을 교회 구성원 모두는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며 특별한 배려를 위한 구체적 실천에 힘써야 합니다. 마치 경쟁에서 뒤진 사회의 천덕꾸러기로 내쳐진 듯한 소외감을 교회 안에서까지 느끼게 한다면 남아있는 청소년들마저 교회를 등지고 떠나갈 것입니다.

 

8. 오늘의 청소년들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등으로 정의될 만큼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를 지닌 세대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성장기에 드러나는 발달적 특성과 더불어 이들만이 지닌 고유한 시대적 특성을 동시에 고려한 사목이 필요합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기르며 신앙의 감수성을 성장시켜 나갑니다. 이 시기에 배우는 신앙의 기본습관과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형성되는 이웃사랑의 가치관은 이들이 교회의 미래 주역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며 그들만의 문화(새로운 대면, 비대면의 소통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자기 주도적 신앙생활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리구와 지구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소통과 교류의 장(대면과 비대면)’을 마련하여 제공하고 돌봄으로써 이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또래 학습’을 통해 신앙의 기본습관(기도)과 이웃사랑의 가치관(희생과 나눔)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사제·수도자 양성
9. 이미 한국 사회의 문제로 대두된 저출산의 기류는 심각한 인구 감소 위기와 함께 교회의 사제 성소에도 적신호를 알리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겪는 심리적 불안과 혼란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현실에서 바른 인성을 지닌 신앙인, 나아가 사제 성소를 지망하는 청소년을 양성하는 일은 커다란 난제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성소를 지망하는 청소년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해서 인성과 지성 그리고 건강을 두루 겸비한 예비신학생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여건일수록 성소를 식별하고 선발하는데 더욱 분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인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기입니다. 사랑과 존중으로 충만한 가정환경과 부모 자녀의 돈독한 신뢰 속에 성장한 청소년들을 선발하여 사제로 양성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수도 성소가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알리고 인도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수도자들은 수도 성소의 삶이 매력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청년
10. 전반적으로 청년기에 있는 이들은 학업, 취업, 연애,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대사 앞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며 자신의 인생행로를 개척해 나갑니다. 짧은 시기에 겪는 다양한 선택과 결정은 곧바로 자신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이들이 마주하는 혼란과 불안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있는 청년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청년들이 다양한 선택의 순간 앞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을 털어놓고 나누며, 친절한 도움과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지구와 본당에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깊은 신앙 그리고 후덕한 인품을 겸비한 상담가들을 발굴하고 양성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대리구에서는 기존의 청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고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 청년 사목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소공동체
11. 우리 교구는 지난 2001년 교구 시노두스 결과를 바탕으로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는 작은 신앙인 공동체 안에서 가장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다만 방법적인 측면에서 더욱 다양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부각하는 비대면 방식의 소통문화는 우리에게 소공동체 모임의 운영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기존의 구역, 반을 중심으로 한 소공동체는 이미 효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단지 조직의 구성과 운영, 그리고 관리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다가오는 세상의 도전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사목 일선에 있는 사제들은 신자들이 스스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소공동체를 조직하고 이들을 사랑으로 돌보아야 합니다. 교구는 일선 사목 사제들이 유연하게 대응하며 소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이미 신자들은 각종 친교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 혹은 신심 활동 등을 통해서 자신의 신앙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교구는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와 교회가 규정하는 소공동체 사이에 존재하는 교회론적 의미 차이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가능한 접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일선 사목에 있는 사제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노인
12.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의미 있게 정리하고, 자아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고, 특히 우리 교회는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목 정책의 수립과 시행은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미 우리 교구는 노인 사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노인대학을 중심으로 한 본당 노인 사목의 활성화를 도모해 왔습니다. 노인대학연합회를 결성하여 봉사자를 양성하고 교육하며 본당에서의 노인 사목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아울러 은빛 여정을 대표로 한 ‘노인 성경 프로그램’의 운영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교구 내 모든 본당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지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또 그렇게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13. 한편으로 노인은 현저하게 활동성이 저하되는 생애주기 특성상, 동적인 활동을 추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정적인 성향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노인은 기도와 묵상을 통한 내면의 성찰과 영적인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며,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열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는 관상의 여정은 노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의미 있게 해 줍니다. 또한, 노인에게서 보이는 성숙한 신앙의 모습은 본당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모범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년의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관상의 기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사목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교구는 노인들을 위한 기도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다양한 노인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충만한 은총 안에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도록 도울 것입니다.

 

생명/ 환경
14.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우리에게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웠습니다. 인류의 교만과 탐욕으로 말미암은 자원의 무분별한 남용과 착취는 지구의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켰습니다. 그 결과로 지금 인류는 전례 없는 생명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회개하여 환경을 다시 살리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긴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환경실천 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이미 2015년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함으로써 인류에게 환경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간의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이 가져온 자원의 남용과 착취가 어떤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지 지금 인류는 코로나19를 통해 혹독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닥쳐올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입니다.

 

15. 때마침 교황청에서는 지난 2020년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본당 및 교회 기관이 활용할 ‘사용자 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지침에는 환경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과 실행법이 들어있습니다. 이 지침은 소중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의 실천과 더불어,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가정과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 단체에서는 이 지침을 바탕으로 가능한 실행방안을 모색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환경실천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이웃사랑의 의무입니다. 환경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입니다.

 

16.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제기되는 ‘생명의 조작 가능성’은 창조주 하느님의 질서를 파괴하고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유전자, 신경과학, 인공지능 등의 기술발전과 유기체인 인간을 기능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생명의 존엄이 갖는 배타적인 가치가 유용성과 수익성 때문에 왜곡되거나 배척되는 상황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생명을 거스르고, 하느님의 정의를 거스르는 온갖 형태의 불의에 맞서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고, 인간의 존엄을 수호하는 데 항상 깨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Ⅲ. 사목 정책의 기본 방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17. 주님께서 보여주신 가난한 이들을 향한 연민과 사랑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본받아야 하는 계명입니다. 교회는 언제나 가난을 지향해 왔으며(마태 5,3; 마태 25),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교회의 당연한 사명입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직면한 심각한 경제 위기 앞에서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살피고 돌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앞으로 교구가 진행하는 모든 사목 정책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향합니다. 뒤이어 제시한 ‘유기적 협력 사목’이나 ‘지구 중심 사목’ 등의 정책 방향들도 모두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돌보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것보다 더 큰 복음은 없습니다(루카 4,18).

 

유기적 협력 사목
18. 우리 교구가 지향하는 사목은 ‘유기적 협력 사목’입니다. 이는 교회의 각 구성원이 서로 소통함으로써 공동체를 살피고, 아픈 곳을 찾아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치유함으로써 생명의 활력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 몸이 통증을 느끼면 다른 지체들이 즉시 반응하여 통증을 없애려 집중하듯이,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도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저 내 본당, 내 단체, 내 구역 등 자기가 속한 곳에만 관심을 두고 다른 지체들은 돌보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살아 있는 공동체는 구성원의 아픔에 민감합니다. 서로 하나로 일치하고 있기에 구성원의 아픔이 곧 자신의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므로 교구 구성원 모두는 유기적 협력 사목을 통해 신자들이 무엇에 아파하고 걱정하는지 민감하게 살피고, 그중에서 가장 아픈 곳을 찾아 치유하는 데 공동체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구 중심 사목
19. 우리 교구는 지난 2018년 대리구 제도를 개편하면서 ‘지구 중심 사목’을 전개하기로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이는 교구 내 21개 지구가 갖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사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교구나 대리구에서 정한 사목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각기 처한 본당의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제각각 그 방법을 달리 적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청소년, 청년, 노인 분야의 사목 정책에 있어서 곤란을 겪는 본당이 있습니다. 때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여력을 갖지 못하는 본당도 있습니다. 이들 본당이 사목의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웃한 본당 간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기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구성한 것이 지구 체제입니다. 이미 교구는 지구장 본당을 지정하여 지구 내 소속 본당들과의 소통과 나눔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각 지구 내 본당은 지구장을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여 함께 하는 사목을 전개함으로써 활력이 넘쳐나기를 희망합니다.

 

 


Ⅳ. 사목 실천 목표

 

일상 중심의 신앙 실천
20. 우리 교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보편사제직에 참여하는 평신도입니다. 평신도는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사제직을 수행하도록 소명받은 사람들입니다. “신자들은 자신의 왕다운 사제직의 힘으로 성찬의 봉헌에 참여하며, 여러 가지 성사를 받고 기도하고 감사를 드리며 거룩한 삶을 증언하고 극기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사제직을 수행” 합니다. 그러므로 평신도는 어떤 처지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일상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할 소명이 있습니다.

 

21. 코로나19 이후로 집회 중심의 활동이 현저하게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의 활동은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집회를 통한 전례와 성사 중심의 신앙생활을 전개해왔던 교회로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대면보다는 비대면 위주로 전개될 것입니다. 비록 상황이 호전되어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하여도 비대면을 선호하는 문화적 경향은 지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기회에 교구와 대리구는 신자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꾸준히 신앙을 실천해 나가는 습관을 기르도록 교육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습관화하도록 이끌고,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을 돌보는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 밖에도 가정 성경 필사, 가정 성지 순례, 가정 기도 등 가족 구성원이 함께하는 신앙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안내하고 독려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자기주도적 신앙 실천
22. 신앙의 여정은 완덕을 지향합니다. 이는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소명과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과 정도로 완덕을 향해 나아갑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애주기에 맞는 인생의 여정이 있듯이, 신앙도 생애주기에 따른 완덕의 여정이 함께 합니다. 처음에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고, 하느님과 대화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점점 믿음이 강해지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나아가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하며 내면의 성화와 완덕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자신이 신앙의 생애주기에 어디쯤 있는지 스스로 진단하고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안내하지 않고,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길을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는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 여정을 스스로 진단하고 안내받음으로써 자기주도적으로 신앙의 온전한 성숙을 향해 나아가도록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통합 소통환경 구축
23. 이를 위해서는 교구 차원에서 지원하는 ‘통합 소통환경’이 필요합니다. 교구는 홍보국을 중심으로 사제와 신자, 신자와 신자, 교구와 본당, 본당과 본당, 단체와 단체, 신자와 단체 등 교구 내 모든 지체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통합 소통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아직은 미비한 점이 많지만 점차로 완성된 형태로 성장하리라 전망합니다. 여기에서 신자들은 대면과 비대면 모두를 망라한 종합 신앙 정보를 얻고 소통하면서 복음의 기쁨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Ⅴ. 사목 실천과제

 

청소년국
24. <영유아․초등부 저학년>
교구․대리구 : 부모의 신앙교육이 영유아기 자녀의 인성발달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연구,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과정에 눈높이를 맞춘 신앙교육 콘텐츠 개발, 초등부 저학년을 위한 신앙교육 콘텐츠 개발
지구․본당 :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교육, 영유아 자녀와 함께 하는 미사, 영유아 부모 소공동체 운영, 각종 행사 기획

 

25. <초등부 고학년․청소년>
교구․대리구 : 초등부 고학년을 위한 신앙교육 콘텐츠 개발, 청소년을 위한 신앙생활 기본 습관 안내 앱 개발, 본당․지구에서 실천 가능한 또래 학습 프로그램 기획(학업, 취미, 운동, 사회봉사, 성지 순례 등), 청소년 피정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들을 위한 사이버 공간 마련(전담 사제의 적극적 개입 필요)
지구․본당 :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교육, 초등부 고학년 및 청소년들로 구성된 소공동체 운영, 각종 동아리 활성화 모색, 특화된 청소년 미사 기획 및 운영, 지역사회와 연계한 위기 청소년 돌봄 센터 운영, 지구 차원의 청소년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사회봉사, 피정, 성지 순례, 축제, 콘서트, 운동회 등), 지구 차원의 청소년 기금 조성(긴급 지원, 장학금 등)

 

26. <청년>
교구․대리구 : 기존 청년 교육 프로그램 강화, 청년들을 위한 사이버 공간 마련, 20대 30대 40대를 위한 신앙생활 가이드 앱 개발 및 알림 서비스 제공
지구․본당 : 청년 세대로 구성된 소공동체 운영, 청년 미사 활성화 방안 모색, 지역사회와 연계한 위기 청년 돌봄 센터 운영, 각종 청년 동아리 활성화, 취업 및 결혼 전문 상담소 운영, 교구 차원의 청년 프로그램에 적극적 참여, 지구 차원의 청년기금 조성(긴급 지원, 장학금 등)

 

 

 

복음화국
27. <가정>
교구․대리구 :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신앙생활 가이드, 부모 자녀 관계 교육 자료, 가정 폭력 예방 교육 자료, 가족과 함께 하는 성경 및 기도 프로그램 제공, 성지 순례 안내, 사회봉사 안내, 환경실천 안내, 기타 이웃사랑 실천 가이드
지구․본당 : 교구․대리구에서 제공하는 자료와 프로그램 활용 및 교육, 지역사회와 연대한 위기 가정 돌봄, 가족과 함께 하는 미사

 

28. <소공동체>
교구․대리구 : 생애주기에 따른 자기주도적 신앙생활 로드맵 구축 및 안내 서비스 제공, 다양한 소공동체 모델 개발, 소공동체 교육 자료 발간(영상물)
지구․본당 : 자기주도적 신앙생활 교육 및 홍보, 다양한 소공동체 운영, 모범 소공동체 홍보 및 포상, 지구 및 본당 차원의 소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축제, 운동회, 나눔터, 성지 순례 등)

 

29. <노인>
교구․대리구 : 노인대학 활성화 방안 연구, 노인대학 봉사자 양성 및 교육, 노인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 노인을 위한 기도학교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지구․본당 : 지구 차원의 노인대학연합회 결성, 노인들로 구성된 소공동체 운영,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기획 운영(성지 순례, 피정, 기도학교, 축제, 경로잔치 등), 각종 노인 동아리 활성화, 지역사회와 연계한 긴급 돌봄 센터, 노인 기금 조성, 지구 차원의 사회복지 전문가, 심리상담 전문가 양성 및 본당 지원

 

 

 

사회복음화국
30. <가난한 이들: 다양한 특수 사목>
교구 : 본당 사회복지분과 활동 지침 교육, 전문 봉사자 양성, 긴급 지원 활동, 다양한 특수 사목 지원
지구․본당 : 사회복지분과, 소공동체, 단체, 지역사회 등과 연계한 다양한 위기 가정 지원 활동 전개, 무료 급식소 운영, 나눔 장터 운영, 충분한 예산 배정 및 운영

 

31. <생명․환경>
교구 : 교황청 ‘사용자 지침’ 교육 및 홍보, 본당에서 활용 가능한 홍보 영상 제작, 구체적 실천 방안 모색, 모범 사례 홍보 및 포상
본당 : 환경실천 교육 및 실행, 생명 교육, 생명 수호 운동 전개

 

 

 

성직자국, 성소국
32. <사제․수도자 양성>
성직자국 : 중견 사제 연수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사제 피정 및 연수 프로그램 강화
성소국 : 예비신학생 인성교육 프로그램 강화, 수도 성소 모임 활성화 모색

 

 

 

홍보국
33. <통합 소통환경 구축>
신앙생활 종합 서비스 플랫폼 개발, 양방향 신앙 정보 네트워크 구축

 

 


Ⅵ. 나오는 말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34.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일치를 이루는 신비체입니다(에페 4,16). 각각의 지체는 나름의 고유한 역할을 통해서 교회를 윤택하고 풍요롭게 합니다. 하지만 그 어느 한 지체도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와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1코린 12,12~31). 그리스도와 한 몸으로 일치를 이룬다는 것은 서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소통한다는 것이며, 소통한다는 것은 서로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나누며 치유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공동체의 아픈 곳을 느끼고, 어루만지며, 위로하여, 치유하는 살아 있는 교회, 사랑하는 교회, 그래서 그리스도 안에 일치를 이루는 교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35. 교회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항상 우리를 위해 전구하십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를 맞이한 인류를 위해 기도하시는 성모님의 성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에 기대어 계십니다(요한 19,25~27).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주님께 당신 사랑의 힘으로 다시 인류를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십니다. 또한, 성모님은 교회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십니다. 지금이 바로 회개의 때이기에, 교회가 다시 예수성심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물의 원천으로 돌아가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성모님 곁에 꿇어앉아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저는 사목교서를 마치며 교구민 모두에게 우리 교구의 복음화를 위하여 자비로우신 주님께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수원교구 복음화를 위한 기도

 

   ○ 만민의 임금이신 주님,
      죽음으로 진리를 증언한 선조들을 통하여
      이 땅에 구원의 빛을 밝혀주셨으니 감사하나이다.
   ● 수원교구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오니
      사랑으로 협력하고 나눔으로써
      주님 안에 일치하며 살게 하소서.
   ◎ 이제 저희도 선조들의 믿음을 본받아
      힘차게 복음을 전하는 일꾼이 되어
      온 민족의 복음화를 이루게 하소서.
      또한,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인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아멘.
   ○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0년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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