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화위 주최 DMZ 국제청년평화순례 성황리에 마쳐
▲ ‘2018 평화의 바람’ 순례 참가 청년들이 8월 21일 밤 한반도 모양으로 촛불을 봉헌하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
하늘을 나는 곤충과 새들은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갔다. 6ㆍ25 전쟁 말, 중공군과 미군이 담배를 피우며 걷다 군데군데 말뚝을 박아 그었다는 155마일(248㎞) 휴전선에는 그 어떤 경계선도 보이지 않았다. 그 말뚝이 썩어 문드러졌을 6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람뿐이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8월 16~22일 휴전선 일대에서 개최한 ‘2018 평화의 바람 DMZ 국제청년평화순례’에 참가한 16개국 72명의 청년은 20일 강원도 철원 철의 십자탑에 올라 높은 곳에서 북녘땅을 내려다봤다. 이곳은 사전등록 없이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군사시설.
성재산 580m 정상에 우뚝 솟은 십자탑에서는 북녘 오성산과 북한군 초소, 인공기, 북한 주민까지 볼 수 있다.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람들이 왕래하지 못하다 보니 DMZ 넓이 4㎞ 구간은 역설적으로 세계적인 자연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청년들은 철책선과 북녘땅을 바라보면서 평화롭게만 느껴졌던 대한민국이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날이 마침 2년 10개월 만에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첫날이어서 청년들의 발걸음은 의미가 더 크게 느껴졌다. 3시간여를 걸어 십자탑에 올라서자 몸은 전부 땀에 젖고 다리도 여기저기 쑤셨지만, 전쟁으로 소식도 모른 채 지내온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떠올리며 참고 견뎌냈다. ‘평화의 바람’이란 순례단 이름처럼 한반도와 세계에 평화의 기운이 넘실대기를 염원했다.
이튿날인 8월 21일 고성 금강산전망대와 DMZ 박물관을 순례했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과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청년들의 순례에 동참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금강산을 바라본 염 추기경은 “순례에 참가한 청년들을 비롯해 모든 그리스도인이 진정으로 평화를 찾고 이뤄나가면서 살아가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 날인 8월 22일 명동대성당 꼬스트홀 소성당에서 열린 해단 미사에서 청년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각자 국적과 이름을 적어 서명했다. 청년들은 편지에서 “이번 순례를 통해 저희는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이웃에게 구체적으로 ‘평화의 씨앗’을 뿌리겠다고 굳게 결심했다”면서 “전 세계 16개국에서 온 저희가 DMZ 순례를 통해 미래뿐 아니라 오늘 여기에서, 삶의 자리 곳곳에서 평화를 위해 살아갈 주역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참가자 양린(중국, 25, 서울대 대학원)씨는 “(DMZ의) 넓은 땅들이 전쟁 때문에 사람이 거주할 수 없고 그대로 남아 있는 그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며 “일상에서도 우리가 모두 평화의 사도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츨처 :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731809&path=20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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