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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교구장 사목교서|

  •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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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수 : 0
  • |2017-12-01 오후 3:38:08

새로운 방법, 새로운 선교


새롭게 출발하는 수원교구

   1.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지난 2013년 교구설정 50주년을 맞이하여 “50주년 교서를 반포한 이래로 교서에서 제시한 소통, 참여, 쇄신이라는 세 가지 복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교구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노력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삼위일체 신비 안에서 드러나는 이 세 가지 복음적 가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끊임없이 본받고 실천해야 하는 항구적인 것입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황권고복음의 기쁨을 반포하시면서 전 세계 교회에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복음 선포를 위한 새로운 성찰을 요청하셨습니다. 사실 우리 교구가 지난 3년간 소통, 참여, 쇄신이라는 주제로 자신을 돌아보며 복음적 가치에 충실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한 것도 이러한 성찰의 한 과정이었습니다. 이제는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들의 삶의 자리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깊이 성찰하고 복음의 빛으로 조명하여 현실적으로 필요한 새로운 방법들을 모색해내야 합니다. 저는 이번 교서를 통하여 향후 3년 동안 우리 수원교구가 구체적으로 나아가야할 복음 선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기술의 혁명, 가치의 혼란

   2. 지금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예고하며 새로운 기술혁명이 가져올 생활방식의 변화를 예견하느라 분주합니다. 무선 정보통신 영역이 경이롭게 확장되고, 과학기술의 발달이 고도화 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맺는 관계방식이 상호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국면에 이르렀습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러한 사람과 사물 사이의 유기적 진화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스스로 말하고 학습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은 다양한 사물과 결합하여 그동안 인간만이 가능했던 영역들을 대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로봇기술은 이미 산업현장에서 인간을 대체한지 오래되었고 이제는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과 판단을 요구하는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자리를 대신하려 합니다. 앞으로 그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게 되고 더 나아가 인간을 지배하는 새로운 종()의 출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여겨왔던 영역에 더 유능한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인간이 가치서열의 중심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위협받는 인간의 존엄

   3. 이러한 가치의 혼란은 가치서열의 정점에 서있던 인간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이요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가장 존엄한 존재였던 인간이 기능적 차원에서 인공지능에게 우위를 내어줌으로써 사회적 지위를 잃게 되고, 사회적 지위의 상실은 존립의 기반을 위태롭게 하여, 결국에는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존엄의 권리마저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능적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불가피하게 맞닥뜨리는 사회적, 윤리적 차원을 간과한다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인간성 상실의 재앙을 맞이할 것입니다.


직면한 현실, 다가오는 위기

   4. 정당한 노동과 일정한 수입은 인간이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입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일정한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미래에 대한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대규모 청년실업은 젊은이들의 사회생활을 불안하게 만들고, 비정규직 일자리와 불특정한 수입은 가정의 안정과 평화를 위험에 부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추게 되고, 기존의 가정 역시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출현은 오늘의 우리사회가 불안정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입니다. 또한 가정과 노동에서 소외된 인간이 겪는 불안과 고독은 개인주의적 불행으로까지 이어집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전수의 단절

   5. 지금까지 그리스도교 신앙전수는 가정공동체를 기반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가족구성원이 함께 모여 신앙 안에서 성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신앙을 가진 가정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며 서로 기도하고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교회의 모습이었습니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자신의 신앙을 전수함으로써 그 맥을 이어가게 하였고 이는 교회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기반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갈수록 가정은 와해되고 젊은이는 소외되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가톨릭 신자들이 젊은 세대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을 전수하는 데에 단절이 있었음을 더 이상 간과할 수만은 없습니다. 많은 이가 가톨릭 전통에 실망하여 이를 더 이상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녀들을 영세시키지 않고 자녀들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는 다른 신앙 공동체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절의 원인들을 살펴보면, 가정 안에서 대화 부족, 대중 매체의 영향, 상대주의적 주관주의, 시장만 배불리는 무분별한 소비주의,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그들과 함께 사는 사목의 결여, 교회 기관들의 환대 부재, 그리고 다종교 상황 속에서 신앙의 신비를 지키고 되살리는 데서 겪는 어려움 등이 있습니다.”


생활양식과 소통방식의 변화

   6. 기술문명의 빠른 발전은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소통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기성세대들은 아직 이전의 생활양식과 소통방식에 기반을 둔 채 새로운 기술문명에 적응해가는 반면에,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기술문명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활양식과 소통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세대와 세대 간의 단절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절은 세대 간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기성세대와 젊은이들 사이에 드러나는 자기주장의 표현방식과 내용들은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화적 도전들

   7. 오늘날 소통방식의 변화는 새로운 대중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은폐되거나 축소되고 조작 가능했던 일들이 이제는 너무나도 쉽게 대중에게 노출되고 밝혀짐으로써 더 이상 갑의 횡포를 좌시하지 않는 대중문화를 만들어내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인 것이라면 즉시 세상에 알려 대중으로부터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되게 하는 새로운 문화는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또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식과 삶을 공유하고 나누는 방식에 있어서도 이전과는 판이한 새로운 유형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포털사이트를 통한 네트워크 서비스는 부단히 진화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한 새로운 차원의 소통방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속지, 속인 등의 원칙이 적용되는 오프라인 형태의 공동체가 주류를 이루었었다면 앞으로는 지역과 소속, 계층과 계층을 넘나드는 온라인 형태의 공동체가 주류를 이룰 것입니다.


복음 선포의 원형이신 예수 그리스도

   8. 이렇듯 인간의 존엄이 도전받는 위기와 변화의 시대에 선교 활동은 교회의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선교 임무는 우선되어야 합니다. 사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선택이나 고결한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갈수록 개인주의적 불행으로 치닫고 있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더욱 절박한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구원하신 한 사건이며, 한 사람이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일 세상을 대하는 삶의 방식과 소통의 방식이 바뀌고 있는데 여전히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우리가 선포하는 그리스도가 세상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그리스도를 선포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복음 선포의 원형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다시 돌아갈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가 원천으로 돌아가 복음 본연의 참신함을 되찾고자 노력할 때마다 새로운 길들이 드러나고 창조적 방식들이 보이며, 또 다른 형태의 표현들과 더욱 설득력 있는 기호들과 오늘날의 세계에 새로운 의미를 갖는 어휘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모든 참다운 복음화 활동은 언제나 새로운것입니다.”


새로운 방법 - 통합사목

   9. 기존의 사목은 가정을 중심으로 신앙의 전수가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져 왔습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본받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신자들을 인도하는 것이 사목의 주요한 목표였고, 이를 바탕으로 신앙 안에서 부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자녀교육과 어른공경을 중시하는 사목이 전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유교적 전통이 아직 남아있는 우리사회 안에서 신앙의 토착화를 이루는 유효한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가정을 중심으로 한 신앙의 전수가 점차 사라지고 모든 것이 개인화되어 가는 세상의 추세에 따라 신앙 역시 사사(私事)되어 가고 있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으면 믿고 싫으면 가차 없이 버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를 온전히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기존의 사목방식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신자들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추구하며 변화되어 가듯이 이제는 선교의 방법도 개인의 성향을 고려하여 다양하게 전개되어야 합니다. 기존의 사목이 세대와 계층을 구별하여 특화된 형태의 사목을 전개해 왔다면 이제는 잘 짜인 그물망 구조의 통합사목안으로 신자 각 개인이 들어와 참여함으로써 신앙을 키워가는 형태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10. 통합사목이란 모든 세대와 계층을 유기적 관계망 안에 놓고 접근하는 사목유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각 사목분야별로 갖추고 있는 그물들을 한데 모아서 하나의 유기적인 커다란 그물로 다시 짜는 소통과 협력의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수많은 지체들이 모여 한 몸을 이루는 교회의 신비와도 같습니다.(1코린 12장 참조) 이제는 통합사목의 그물망을 통해서 신자들이 각자의 성향과 적성에 따라 자신의 신앙생활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과 형태를 선택하도록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와 점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각 사목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이를 구체화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통합사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인재의 양성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계적인 과정과 지속적인 관리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각 분야별 평신도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통합 로드맵이 작성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이면서도 점진적인 교육과정이 마련되고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평신도 인재양성을 위한 전담기구의 설치와 전문 교육시설의 확충 또한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입니다.


새로운 선교 – 젊은이

   11. 지역의 본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선교방식은 전통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에게는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세상의 변화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전혀 매력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젊은이들이 사라져버린 교회의 현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을 교회로 나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이미 늦었습니다. 이제는 젊은이들의 소통과 참여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말씀이 선포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곳이 어디인지 부단히 찾아야 하고, 또한 그들의 언어로 말씀을 선포하기 위해서 부단히 새로운 형태의 표현들과 더욱 설득력 있는 기호들과 새로운 의미를 갖는 어휘들을 찾아내야 합니다.특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더없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모든 일선 사목현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애정 어린 시선과 관심으로 젊은이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

   12. 통합사목의 범주는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까지 포함합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고 따르는 신자들의 참여는 반드시 사회적 차원으로까지 확대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더불어 예견되는 양극화와 인간의 소외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의 기준에 따라서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견제하고 저지함으로써 사회의 발전이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사목현장에서 교회의 사회교리를 교육하고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통합사목의 실천이 사회적 차원에서 결실을 맺을 때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쇄신의 길을 더욱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 되어

   13. 성령께서는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영혼이십니다. 성령으로 충만한 복음 선포는 기도하며 일하는 복음 선포입니다. 복음을 선포하는 이들이 기도 안에서 말씀과 만나고 주님과 성실한 대화를 나누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쏟지 않으면, 우리의 활동은 쉽게 무의미해지고, 지치고, 열정도 사그라질 것입니다. 사실 성령께서는 우리가 행하는 모든 선교 활동의 중심에서 우리와 함께 숨쉬고, 걷고, 이야기하고, 일하십니다. 그러므로 기도 안에서 성령과 일치를 이루지 않고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올바로 선포할 수 없습니다.


복음화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14. 성모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어머니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어머니를 우리 어머니로 내어주심으로써(요한 19,27) 당신 교회가 어머니의 여성다운 모습을 지니기를 바라십니다. “참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우리 옆에서 함께 걸어가시고 우리와 함께 싸우시며 끊임없이 하느님 사랑을 우리에게 전해 주십니다.” “마리아께서는 이 세상 안에, 인류 역사 안에, 우리의 일상생활 안에 깃든 하느님의 신비를 바라보십니다.” 그렇기에 교회는 그분 안에 지닌 겸손과 온유, 정의와 사랑의 힘을 믿고 모범으로 따릅니다. 우리 모두 마리아께 어머니의 전구를 간청하며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교회에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도합시다.


복음화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2017년 12월 3일 대림 제1주일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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